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ㅎㅅ커_사망로그

GS93 2023. 1. 20. 19:20

(*자해흔적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.)

 

 

누구의 잘못도 아니며, 그저 본인이 하나의 '선택'을 한 것뿐이라며 속으로 수십 번도 곱씹는 그입니다.

머지않아 그의 목숨은 천천히 사그라들며 빛이 사라지게 되겠죠. 그가 후회하냐고요? 그럴 리가요.

평생을 남의 말만 들으며 자신의 의지는 제대로 펼치지도 못한 채 30년을 훌쩍 넘긴 그에게 이런 상황이 그저 싫지만은 않았습니다.

캠프에 와서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를 소중한 인연들을 만나고, 10년 전 선배를 다시 만나고, 차마 정당하지만은 못할 사회 또한 배웠습니다.

그런 그는 인생에서 처음으로, 무언가를 책임지게 되었다며 혼자서 웃음 흘렸습니다.

 

 

심장이 작게 요동치는 것을 느낍니다.

제 팔목으로부터 죽음에 잠식당하는 것을 느낍니다.

캠프, 학교, 공부, 부모님,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까지... 기억의 파편이 과거로 거슬러 가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느낍니다.

검게 물들어가는 저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또한 느껴집니다.

 

 

인생의 마지막 감사 인사를 마친 꼭두각시 인형은, 그 자리에서 숨소리 하나 내지 않은 채 멈추어 버립니다.

인형이 있던 자리에는 그가 항상 지니고 다녔던 화구통만이 고스란히 놓여있습니다.